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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춘문예] 계절의 향기 외 1작품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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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공개합니다.


[시]

계절의 향기

이윤주_가좌동

꽃 일러스트

꽃향기로 취해 있어야 할 봄의 시간은

코로나19로 인해 멈춰버렸다

마스크 안의 답답한 공기가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지금

초록빛 싱그런 여름을 맞이한다

끝이 보이지 않던 기나긴 터널 끝

그래도 희망의 빛은 조금씩 다가오네

달콤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잊었던 너의 향기도 추억하겠지

차가운 어둠 내린 어느 겨울날

따뜻한 군고구마 나누어 먹으며

그것 또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하겠지


[산문]

콩나물국

이옥순_청라동

전쟁이 뭔지도 모르던 때, 난 여섯 살이었다. 온 동네 사람들이 피난길에 나섰다. 6.25 그 무서운 전쟁은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우리 곁에서 터졌고, 어디로 어떻게 피난을 가야 할지도 모른 채, 급히 서둘러 피난 보따리를 싸고 길을 나섰다. 피난을 갈 때는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가야 한다. 만일에 당할지도 모르는 폭격에 온 식구가 같이 사고를 당하는 걸 모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이다.
난 할머니와 둘이서 시흥에 사시는 고모할머니 댁으로 피난을 떠났다. 부개동에서 시흥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일신동을 좀 지나서부터 다리가 아팠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까 주로 아버지가 등에 이불 보따리를 지고 그 위에 다가 어린애들을 앉혀서 걷고 있었다. “할머니! 나도 보따리 위에 앉아서 갈래~” 난 조르기 시작했고 할머니는 정말 난처해하셨다. 가뜩이나 왜소한 할머니의 등에는 이미 이불과 백설기 솥단지가 힘겹게 업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꾸만 졸라대는 금지옥엽 손녀딸이 다리가 아파 애쓰는 모습을 보실 수가 없으셨을 것이다.
할머니 등에 업혔다가 내리기를 반복하며, 소사 삼거리를 지나 ‘죽림’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엄청나게 큰 기와집이었다. 어린 내 기억으로는 수백 명의 피난민이 그 넓은 대청마루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것 같다. 할머니와 나도 어느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고, 할머니는 등에 지고 오신 백설기 솥뚜껑을 열고 떡을 주셨다. 다른 사람들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내 눈에 어느 한 집이 콩나물국을 먹는 모습이 번쩍 눈에 띄었다.
“할머니 나도 콩나물국 먹을래.” 할머니는 안 된다고 하시면서 한사코 떡을 주셨다. 하지만 내 성화에 할머니는 그 집에 가서 콩나물국에 밥을 말아 얻어 오셨다. 정말 세상에 그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을까, 난생처음 먹어보는 콩나물국인 것만 같았다. 난 정신없이 들이마시다시피 콩나물국밥을 먹어 치웠다.
칠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난 그날 그 피난길에서 얻어먹었던 콩나물국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맛있는 콩나물국을 칠십 년 동안 한 번도 먹어 본 적이 없다. 올해도 어김없이 6월이 왔고, 나는 그 어린 시절 결코 유쾌하진 않지만 생생한 기억을 다시 한번 더듬어본다. 이 땅에 다시는 결코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콩나물국 일러스트


시, 산문, 수필 등 구민들의 실력을 맘껏 펼쳐주세요. 문학을 사랑하는 구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greenseogu@naver.com
참여 방법 작품과 함께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이메일로 전송합니다.

Green 서구 2020년 7월호
Green 서구 2020년 7월호
  • 등록일 : 2020-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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