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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춘문예] 내 나이 일흔이 되면 외 1작품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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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공개합니다.
* 보내주신 작품의 오타/비문 등이 수정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산문]

내 나이 일흔이 되면

황덕순_석남동

눈만 뜨면 듣고 싶지 않고, 보고 싶지 않아도 온통 세상이 ‘코로나19’ 소식이다. 반갑지 않은 이 소식처럼 아직은 내 귀에 낯선 말, ‘65세 이상 고령자’라는 말.

내 나이가 벌써 고령군에 속하다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작년 가을 연금 신청을 하러 가던 날이 생각났다. 살짝 쌀쌀해진 아침 공기를 느끼며 설렘 반 기대 반 왠지 싱숭생숭한 마음으로 올려다본 가로수, 그때가 9월인데 나뭇잎은 푸르렀다. 그런데 사람들은 9월을 가을이라 부른다. 내 마음도 아직은 저 나뭇잎처럼 푸르른 것 같은데,,,,, 무심히 흘러 버린 세월 앞에 가슴 한편 서늘함이 전해왔던 아침.

그래, 어차피 가는 세월이라면 지금부터 아름다운 일흔을 준비해보자. 우선 몸과 마음이 건강한 할머니가 되도록 노력하자. 운동도 열심히 하고, 보는 이들이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살짝 낀 청바지도 입어보자. 나는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는 작은 들꽃을 보면 마음이 설레는 소녀.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일흔 살 예쁜 할머니가 되어보자.

할머니와 공원 일러스트


[산문]

두 바퀴로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하다

조관순_청라동

청라로 이사 온 후 아침마다 자전거로 마트를 다녀오는 것이 일상이 됐다. 어느새 스물두 살이 된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 샀던 자전거를 거의 세워두다시피 해 아쉬운 마음에 버리지 못하고 이사 오면서 가지고 왔다. 주말이면 청라호수공원 주변에 코로나19로 답답함을 쏟아내는 이들이 자전거나 도보에서 한가로움을 즐긴다. 그곳에서 한 바퀴도 돌지 못한 채 멈추는 것이 안타까운지 아들이 하던 말. “자전거는 못 타는 사람 많아요.” 위로의 한마디에 힘을 냈다.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면서 균형을 잡고 힘차게 페달을 돌려 보라’는 가족의 응원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지금, 청라는 자전거의 황금기이다. 주말이면 남편과 함께 달리는 그 길에는 이름 모를 꽃들이 주는 향기가 계절마다 다른 모양으로 쏟아지고 있다. 가보지 않았던 수변도로 끝에서 가정동 쪽으로 이어지는 숲길 사이로 자전거도로가 열려있고, 맑은 물웅덩이에 두루미가 잠시 앉아 먹이를 찾는다. 발로 땅을 차서 바퀴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확찐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어느새 피곤했던 마음과 지친 하루를 풀어낸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는 도로를 달리다 보면 남편과 함께 하는 여가가 주는 즐거움에 행복해진다.

나는 아직은 미숙해 자전거에 오르면 핸들이 제멋대로 움직여 중심 잡기가 어렵다. 내리막길에는 브레이크를 잡고 거의 다리를 내리고 끌듯이 내려오기도 하고, 오르막길에는 자주 멈추어서 남편이 늘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그래도 자전거를 열심히 배워 군에서 훈련을 받으며 땀 흘리고 있을 아들과 함께 우리 가족이 하나 되는 행복을 만끽하는 그날을 기대하고 있다. 내 인생에서 한 가지씩 죽기 전에 하고픈 일을 하나씩 마무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전거 타고 마트 다녀오기’ 나의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한 오늘, 새로운 나이테가 하나 더 그어졌다.

자전거 일러스트


시, 산문, 수필 등 구민들의 실력을 맘껏 펼쳐주세요. 문학을 사랑하는 구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greenseogu@naver.com
참여 방법 작품과 함께 이름, 주소, 전화번호를 이메일로 전송합니다.

Green 서구 2020년 8월호
Green 서구 2020년 8월호
  • 등록일 :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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