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공개합니다.
너를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
[시] 박유진 (검암경서동)
이 세상에서 너를 가장 행복하게 하거나
외롭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너뿐이다.
오늘도 외로운 너에게 묻는다.
너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밝게 빛나는 너를 발견하지 못하였는가?
네가 너를 지킬 테니 너는 앞만 보고 행복을 향해 나아가길
네가 미처 몰랐던 너를 발견하길
오늘부터 너를 사랑하지 않는 너에게
하루에 한 통씩 편지를 써라.
너를 존재하게 하는 감사한 것들에게도
지금 가질 수 없지만 갖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설레는 당신만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길
지금이 너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기 때문이다.
풍년의 밥상, 엄마의 정성
[수필] 박연자 (당하동)
전남 보성에서 아직도 작게 농사를 짓는 부모님은 광주, 부천, 천안, 인천에 사는 8남매에게 쌀을 챙겨주신다. 엄마는 어릴 때 항상 밥을 먹고 난 후 쌀 한 톨이라도 남기면 잔소리를 했다.
“엄마, 아빠가 농사지은 소중한 쌀인데 왜 남기냐?”
매서운 눈초리가 무서워 당장 남은 밥 알갱이 하나라도 놓치지 않고 입에 담아야 했다.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고 억척스럽게 자신을 돌보지 못한 부모님이 안타까우면서도 내가 열심히 살아야 되는 이유기도 했다. 농부의 딸이지만 엄마는 딸들이 고생하는 게 싫어서 농사일을 거의 시키지 않으셨다. 농사일에 진저리가 날 때도 있지만 딸들은 도시 남자 만나서 몸쓰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엄마가 딸에게 갖는 로망이었다. 막내에다가 농사일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부모님 덕에 나는 농사를 진짜 1도 모르고 시골에서만 자랐다.
한 해 갈수록 식비가 많이 들고 식비는 웬만해선 아낄 수 없는 비용임을 체감하면서 철이 들기 시작했다. 엄마의 무서운 눈초리였던 쌀 한 톨의 위력을 지금은 내가 딸에게 전수해 주고 있다.
딸은 종종 고기나 맛있는 반찬만 쏙 먹고 밥은 내뱉는다. 남은 밥을 누가 먹을 수도 없고 보관하기도 힘들어 그냥 버려야 할 때가 비일비재하다. 시골 부모님이 힘들게 농사지어 보내주신 귀한 쌀을 내팽개치니 내 부모님을 내팽개치는 것 마냥 화가 났다. 딸이 밥을 남긴 저녁이 되면 가끔 짜증을 냈다. 짜증 난 이유는 분명했다.
“너 할머니가 힘들게 농사지은 쌀인 거 몰라?”
우리 딸은 고작 3살인데 앞으로도 밥을 남기면 계속 예민할 것 같다. 다른 것에는 관대해도 쌀을 남기는 것은 용서가 안 될 것 같다.
나는 오늘 저녁도 엄마의 정성, 엄마의 열정을 먹었다.
엄마는 쌀 한 톨 한 톨에 온 기운을 담아냈다. 햇빛 한 줌, 비 한 줌, 퇴비 그득, 발품 만개, 땀 수억 방울.
나도 우리 딸도 그 누군가도 우리 모두는 농부의 정성을 먹는다.
까맣게 그을린 피부에서 서서히 맺어지는 쌀 한 톨을, 풍년의 밥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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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0-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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