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3대가 함께 산다

[수필] 장명수(청라2동)

    혼자가 된 지 20여 년이 넘은 나에게 “외롭지 않느냐?”하고 묻는 사람이 있다. 물론 아주 가끔은 옆구리가 시림을 느낄 때가 없지 않지만 옆을 따뜻하게 해 줄 사람이 절실하게 필요함을 느끼지는 않는다.
    그 이유가 80이라는 나이 탓도 있겠지만 큰아들 내외, 장가 안 간 작은아들, 금년 대학 진학한 손자와 고등학교 2학년 손녀까지 모두 여섯 식구의 3대가 한집에서 지지고 볶으며 함께 살아 외롭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한 식탁에서 식사하고 담소하고, 가족들 생일 때는 서로 축하연을 베풀기 위해 외식도 하고, 손자, 손녀의 진로에 대한 대화, 친구관계, 영화 이야기 등을 식탁에 모여 담소를 나누는 속에서 어찌 외로울 수 있겠는가?
    3대가 같이 살다 보니 제일 연장자인 나를 비롯하여 큰 아들, 며느리, 작은 아들 등이 일정한 액수의 생활비를 분담하니 경제적으로도 매우 효율적이다. 또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는데 필요한 정보를 식탁에서 서로 나누니 속히 알 수 있어 좋다.
    이렇게 3대가 같이 사니 각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상호보완의 관계가 자연적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함께 사는 건 ‘위험한 동거’라는 말도 있듯이 며느리 및 친자식이라 해도 생활 습관의 차이 때문에 가끔 갈등이 있기도 한다. 그러나 경험에 의하면 가족 간의 갈등을 최소화하는 데에는 그 집안에서 나이가 제일 많은 사람의 역할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20여 년간 3대가 한 지붕 아래에서 큰 무리 없이 지금까지 화목하게 지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집안의 연장자인 내가 아들과 며느리의 어떤 행위에 대해 일체 간섭하지 않고, 그들의 생각과 사생활, 독립성을 존중해 주고, 직장 생활을 하는 그들을 배려하여 사소한 집안일이라도 내가 해주는 배려심 때문이었다.
    지금 내 나이 80이 넘었지만 아직은 건강에 이상이 없고, 즐거운 마음으로 살 수 있는 것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해돋이

[시] 권성회(검암경서동)

아직은 어두운 새벽하늘
첫날을 맞이하는 공기가 매섭도록 차갑게 느껴진다

이 차가운 공기는
먼 과거 어느 해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을까

새해 첫 땅을 디뎌본다
살얼음이 살짝 끼어 있는 아슬아슬한 이 백사장

이 까슬한 모래는
바위였던 시절부터 몇 년째 새 아침을 맞는 것일까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고
마침내 지구는 몸을 숙여 해를 떠오르게 한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파르르한 겨울 아침이지만
오늘은 어제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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