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진작에 모시고 다닐걸...
채효영(연희동)
어렸을 때 나는 참 야구를 좋아하는 아이였었다. 그렇게 야구를 좋아하게 만들어 버린 건 바로 우리 아버지였다. 교육공무원으로서 평생을 헌신하신 아버지였기에 자주 야구장을 다닐 수는 없었지만, 옛 숭의동 도원야구장이 있었을 때 아버지와 몇 안되는 직관의 기억은 오랜 사진처럼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다. 빠듯한 살림 속에서도 어린이 야구회원에 가입시켜 주셨던 아버지, 그렇게 40년이 다 되어버린 어린이 야구회원증을 가지고 계셨던 아버지.
지금은 SK와이번스라는 프로야 구팀이 우리 인천을 대표하는 팀이지만 국민학생이었던 나에게 남아 있는 기억속의 팀은 ‘삼미 슈퍼스타즈’ 팀이었다. 항상 꼴찌였지만 좋아했던 팀이었고 응원하던 팀이었다. 그러나 청소년과 장년시절에는 학업과 사회적응 이라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기억도 잃어버렸고 부모님의 주름도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말았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가 있어 방문하게 된 인천 문학야구장, 부모님과의 동행. 그리고 그곳에서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었다. 아버지와의 추억과 우리가족이 즐거워했었던 기억을, 지금은 나이가 어느덧 팔순이 넘으신 아버지와의 야구장 방문과 행복해하시는 아버지, 어머니의 미소. 그리고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된다. ‘저렇게 좋아하셨던 거였는데, 진작에 모시고 다니지 못했을까..’ 후회도 들었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건강이 허락하실 때까지 좋아하셨던 야구장에 자주 가려고 한다. 그렇게 부모님과의 소중한 기억을 되새기고 새롭게 만들어 갈 것이다.
이 글을 통해 말씀드리고 싶다. ‘아버지, 어머니 야구장 함께 자주가야 되니까 항상 건강하셔야 해요’ 라고.
산행에서 만난 명언
박치선(가좌1동)
떠나기 아쉬운 듯 기승을 부리는 한낮의 더위는 아직 찜통더위이지만 아침, 저녁의 일교차는 계절의 변화가 오고 있음을 실감하게 하는 날씨다. 필자는 2018년 정년퇴임 후에 인생 3막 시작으로 ‘100대 명산 완등’에 도전하기로 하고 매주 한 두 번 100대 명산 산행을 한다. 이제 산행도 중독증이 되다시피 되었고, 100대 명산 90좌를 정상 인증하였다. 10월 말이면 본격적으로 산행을 한지 만 2년이 되고 한국의 100대 명산을 완등하게 된다.
지난 주말에는 전남 고흥 팔영산을 산행하였다. 기암괴석의 암릉과 8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팔영산! 봉우리에서 멀리 대마도까지 볼 수 있고, 눈앞에 펼쳐지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절경이 일품인 명산이다. 이날은 장대비에 우중산행을 하게 되어 안전제일주의로 계곡 등산로로 산행하기로 하였다. 어느 정도 등산로 입구에서 멀어지니 일정한 거리마다 ‘명언’ 팻말이 설치되어 있었다. 국립공원 관리 사무소에서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정신적 양식을 제공하고, 삶을 성찰하는 소재로 제공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팻말 명언 중에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명언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라는 말이 마음에 묻혔고 이 말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었다.
이 말이 품고 있는 의미가 무엇일까? 희망, 꿈, 목표, 해야 할 일, 역할, 도전… 등으로 자기 존재의 의미를 채워가는 삶이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라고 해석하게 되었고, ‘죽음’은 정신적 육체적 자산이 고갈되어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 불가능한 한계에 부딪혔을 때가 죽음의 시기라고 생각하였다.
우리 모두는 다가오는 수확의 계절에 각자의 삶의 의미가 더욱 풍성해지고, 인생 여정의 소망이 더욱 영글어 ‘서서히 태어나는’ 멋있는 삶이 되기를 갈망한다.
서구 신춘문예 참여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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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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