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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춘문예] 용기 외 1작품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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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용기

[수필] 김영창(심곡동)

“차렷, 선생님께 대하여 경례!” 종례가 끝나고 만원 버스에 몸을 실은 나는 나만의 이유 있는 고민에 쌓인 채 그날따라 찌뿌둥해 보이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이쿠!” “어이, 친구~ 축하하네” “어, 언제 탄 거야?” 버스가 옥수동 가파른 깔딱고개의 요철 부분을 지나면서, 만원인 승객들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초·중 시절 절친인 승민이가 어느새 내 앞에 와 있었다. “드디어, 친구가 나도 못 해본 전교 일등을 했더구만! 진심으로 축하하네” 나는 승민의 격한 축하 인사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한 채, “그~으~래~” 모기만 한 목소리로 쳐진 어깨를 감춰야만 했다. 자초지종은 학년 초 국·영·수·지 네 과목으로 치른 모의고사에서 내가 지리 한문제만 틀린 것으로 시험 결과가 나와 평균 99점이라는 걸출한 성적으로 전교 일등이라는 불세출의 결과를 낳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나라 해안만의 특징과 이름을 묻는 지리 과목의 마지막 세 문제의 답을 바꿔 쓴 것이 정답 처리된 채점 상의 오류가 묻힌 결과로, 나는 성적 발표 후 마음 한구석이 늘 가시방석인 전교 일등의 면류관을 쓰게 된 것이었다.
“아이고, 우리 아드님, 열공 때문인가? 무슨 열이 이렇게 펄펄 끓는대~, 혼자 뭐라 중얼거리기도 하고~” 지열용 물수건을 바꿔주시는 어머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를 깨웠다. “괜찮은 거니? 아드~님” “어~엄마~” 어머님의 근심 어린 눈빛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엄마~ 저 새 운동화 사주지 마세요.” “아니, 왜? 입학 때부터 전교 일 등 하면 새 운동화 꼭 사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니~” “저, 사실은 전교 일등 못했어요. 채점이 잘못된 걸 차마 어머님께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어머님은 아무런 말씀 없이 나의 조그만 두 손을 꼬옥 잡아주셨다.
다음날 나는 등교와 함께 담임 선생님께 삼일천하 전교 일등의 비밀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소문난 호랑이셨던 지리 선생님께 혼날 생각에 떨리는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르며 운명의 지리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영창! 이리 나와!” 드디어 나는 지리 선생님의 호명에 탁자에 두 손을 잡고 비스듬히 엎드려뻗친 자세를 하고 서 있었다. “그렇게 말고, 친구들 앞에 바로 서~ 여러분 용기로 전교 일등을 다음으로 미룬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친구를 위해 모두 힘차게 박수를 쳐줍시다!” 지리 선생님의 청아한 목소리와 함께 친구들의 갈채 소리가 여린 내 가슴에 기쁘게 넘쳐났다.
나는 반백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어떤 일에 용기를 내고자 할 때, 어린 시절 순수하고 용기있었던 추억을 되살리며 힘과 용기를 내본다!

시험지 일러스트


여행

[시] 김은수(가정동)

떠나자!!
비록 시작은 인생으로부터의
도피가 될지라도

모든 익숙한 것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낯선 것들에게 건배하자.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는
그 끝에
오늘의 붉은 태양은
더 이상 어제 우리가 알던
그 태양이 아니다.

태양과 바다 일러스트


서구 신춘문예 참여방법
시, 산문, 수필 등 구민들의 실력을 맘껏 펼쳐주세요. 문학인을 꿈꾸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 그린서구 편집실 greenseogu@naver.com

Green 서구 2019년 12월호
Green 서구 2019년 12월호
  • 등록일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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