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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춘문예] 추석을 보내며 외 1 작품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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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추석을 보내며

정숙현(가좌2동)

며칠 전 추석을 보냈다. 우리 가족은 어머님의 배려로 재작년부터 추석에는 음식을 하지 않고,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온다. 올해는 작은 집 아이들이 시험 기간이고, 나도 몸이 좋지 않아 여행은 못 가고, 어머님께서 준비하신 간단한 음식을 차려 한 끼 식사만 하였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져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니, 어릴 적 추석이 떠올랐다.

한탄강 줄기에 사셨던 할머니 댁에서 추석을 지내며 사촌들과 코스모스를 손톱에 붙이고 놀았던 일, 할머니 돌아가시고 큰 집인 우리 집 인천에서 명절을 지내야 했기에 1박 2일씩 밤을 새워가며 송편을 질리도록 만들던 일, 작은 집들 귀가할 때면 힘들게 만든 음식을 싸주는 엄마를 보며 늘 불만에 찬 눈길을 보냈던 어린 나의 모습 등...

그래서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추석에 송편 만드는 일만큼은 하지 말자고 어머님께 간곡히 부탁드렸고, 감사하게도 어머님께선 내 부탁을 들어주셨다. 그랬던 내가 요즈음은 점점 솔잎 향이 풍기는 송편이 먹고 싶다. 사 먹는 송편이 맛은 있어도 솔잎 향이 풍기진 않는다. 얼마 전에 어떤 원로 생물학자가 쓴 책에서 ‘송편의 솔잎은 천연 방부제라며 우리 조상의 지혜로움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구절을 본 후, 예전에 송편 만들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12살 때부터 결혼 전까지, 추석 때면 엄마의 심부름으로 용현시장에서 솔잎을 사 오던 일과 방앗간에서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던 일, 허리 통증과 졸음을 참아가며 송편을 빚던 일이 그리워지는 건 나이를 먹는 탓인가! 쌀을 빻아오고, 익반죽하고, 소를 만들고, 떡을 빚고, 솔잎을 넣어 찌고, 찬물에 헹구고, 참기름 바르는 작업까지 설의 만두보다 더 번거롭다고 싫어하던 그 일을 이젠 내 손이 그리워하나 보다. 송편을 예쁘게 빚으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해서 더 예쁘게 빚으려고 했던 기억도... 이런 추억이 전혀 없는 딸아이에게 미안한 마음과 딸이 시집가기 전에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 엄마로서의 욕심이 생긴다.

송편 일러스트


서로 생각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민형식(가좌2동)

내가 당신에게 당신이 나에게
가끔씩 생각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봄꽃 흩날리던 그 길을 손잡고 걷던
그 좋은 날들 기억하며
서로 생각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여름 나무 그늘 밑에 앉아 매미소리 들리면
당신의 고운 사랑 노래 문득 귓가에 들려
또 생각나는 사람으로 가슴에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가을이면 햇살 고운 날 때깔 좋은 단풍잎 밟으며
당신의 사슴 같은 눈망울 바라보며 걷던 그 오솔길
그 추억 속으로 돌아가 문득 서로가 그리워지는
그렇게 생각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겨울에는 첫눈 내리던 날 눈송이 뭉쳐서
어린아이같이 장난하며 해맑게 웃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서로 잊지 않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그리워질 때마다
괜스레 서로 어떻게 사는지 물어보고 싶어지도록
생각나는 사람으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벤치에 앉아있는 연인 일러스트


서구 신춘문예 참여방법
시, 산문, 수필 등 구민들의 실력을 맘껏 펼쳐주세요. 문학인을 꿈꾸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 그린서구 편집실 greenseogu@naver.com

Green 서구 2019년 11월호
Green 서구 2019년 11월호
  • 등록일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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