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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전지적 작가 시점] 영국 내셔널트러스트를 가다!
고즈넉한 여유와 낭만이 공존하는 특별한 여행지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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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 오윤석(그린서구 편집위원)

※ 내셔널트러스트란?
영국에서 시작한 국민신탁운동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이나 기부, 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이나 문화자산을 영구히 소유 확보하고 이를 관리하여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동화 속 ‘피터래빗’이 사랑한 훅스헤드의 시골농장 당근 밭에서부터 ‘왕좌의 게임’의 북아일랜드 고성의 벽돌 하나까지.

우리 모두에게는 인생 사진이라고 말하는 것이 있듯이 한 번쯤은 인생 여행이란 게 있기 마련이다. 나는 우연한 기회에 발견한 사진 한 장으로 시작하여 내 평생직업을 바꾸게 한 영국의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 Trust)’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7년 봄, 영국이 자랑하는 ‘레이크 디스트릭트 국립공원(Lake District National Park)’을 이끼에 물이 스며드는 것 처럼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여행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마치 동화책 전설 속에나 나올 것 같은 ‘훅스헤드(Hawkshead)’라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을 더욱 동화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우리가 어린 시절에 한 번쯤 읽어봤을 동화 시리즈 ‘피터래빗(The Tale of Peter Rabbit)’으로 유명한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Beatrix Potter)’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마을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이야기책에 등장 하 는 수많은 의인화된 동물과 배경 속 삽화들은 ‘니어 사우리(Near Sawrey)’ 마을의 ‘힐 탑(Hill Top)’ 당근농장을 비롯해 인근 마을 여러 곳을 산책하며 영감을 얻었다. 그녀는 인세를 받을 때마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마을의 토지와 전통가옥들을 사들였고 유언에 따라 자신이 소유한 호수지방의 토지 1/4과 그 안의 시설물 전부를 내셔널트러스트 재단에 기증한다. 조건은 단 하나 ‘절대 개발하지 않는다’라고 약속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산업혁명에 숙명과도 같은 난개발에 몸살을 앓고 있던 영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일침을 가하며 자연과 문화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계몽운동에 이정표를 세우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이렇게 100년 전이나 변함없이 아름다운 이 모습을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쓰는 ‘런던만 벗어나면 영국의 모든 곳이 아름답다’라는 말은 아마 이때부터 생겨났지 않았나 싶다.

정말로 런던만 벗어나면 모든 곳이 아름다울까? 사실이었다. ‘폭풍의 언덕’, ‘제인 에어’ 등을 남기고 요절한 브론테 자매의 고향 잉글랜드 ‘호워스(Haworth)’가는 길과 불시착한 외계행성에나 나올법 한 말도 안되는 요크셔 무어 풍경은 허를 찌르는 영국풍경 이미지에 한몫했고, 대표적인 계관 시인 워즈워스의 생가가 있는 ‘코커머스(Cockermouth)’를 갈 때까지의 풍경들도 그랬다.


▲ 더 다크 헤지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은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를 접목하여 세계적으로 많은 마니아층을 두고 있는 외화로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곳이 북아일랜드에 여러 곳이 있다. 그중에 나는 ‘더 다크 헤지스(The Dark Hedges)’를 사진으로 꼭 한 번 찍어보고 싶어 들렀다. 역시 명불허전! 하지만 이날 나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주었던 장소는 따로 있었는데 바로 ‘화이트파크 베이(Whitepark Bay)’의 언덕에서의 풍경이었다. 구름이 낮게 드리운 전형적인 아일랜드의 쓸쓸한 바닷가라고 느낄 때쯤, 혼자 백사장을 걷고 있는 한 명의 남자와 해안가 모래톱과 낮은 언덕에 끝도 없이 피어있는 ‘잉글리쉬블루벨’ 꽃들이 펼쳐진 거짓말 같은 풍경에 할 말을 잃고 벤치에 철퍼덕 주저앉아 이렇게 중얼거렸다.


▲ 화이트파크 베이

‘아일랜드의 쓸쓸함과 잉글랜드의 고독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이 풍경… 아! 나는 지금 어떻게 해야 합니까?’

이 드라마는 북아일랜드 ‘쿠센던(Cushendun)’의 작은 항구마을 해안동굴이나 바이킹의 공격을 받아 무너진 ‘던 루스 캐슬(Dunluce Castle)’에서 촬영되었다.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바닷가 후미진 곳에 다 무너져 뼈대만 남은 성터(Abbey)를 누가 보러 오든 오지 않든 상관없이 벽돌 하나 풀 한 포기까지도 기억하고 보전하려 스스로가 앞장섰기 때문이었다. 이런 위대한 유산을 보고 있노 라니 정말 시샘이 날 정도로 부러웠다.

런던포그(London Fog)로 대표되는 공해 이미지. 필연 적일 것 같은 자연과 문화유산 파괴라는 고통을 먼저 겪었지만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하여 이 등식은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2000년부터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시작, 많은 노력 끝에 법제화가 되었다. 최근 우리 서구도 ‘신진말 프로젝트’, ‘코스모40’같은 근대문화유산을 이용한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어 발상지를 먼저 돌아본 나로서는 고무적이고 지켜나갈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기대도 크다.

‘우리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 한다’며 사명처럼 실천하는 글말을 떠올려본다.
‘For Ever, For Everyone!’

Green 서구 2019년 9월호
Green 서구 2019년 9월호
  • 등록일 : 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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