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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춘문예] 고깔과자 10개 외 1작품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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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소개합니다.


고깔과자 10개

홍중한(청라1동)

고깔과자

“아빠~~!! 아빠~~!! 아빠아아~~!!”
딸아이의 소리에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치켜 떠본다.
“아빠, 이거 좀, 남은 거 좀 끼워줘~~”
눈을 다시 서너 번 깜박이며 눈동자에 힘을 주어보니 딸아이 손가락들마다 빼쪽빼쪽하다. 어디서 가져왔는지 식탁 위에는 고깔과자 한 봉지가 뜯어져 있고 아이 손가락들에는 이미 과자가 여러 개나 끼워져 있다.
“두 개 남았단 말이야, 얼른 아빠가 끼워줘~~~”
속이 탄다. 그냥 먹지. 굳이 손가락에 끼워서 먹어야 하는 8살 공주님의 심사가 심히도 궁금해진다. 시원한 가죽 소파위에서 어제 밤새우고 일한 아빠가 피곤에 절어 곤하게 자고있는 것이 안 보인단 말인가. 어쩌랴 우리 집에 아니 우리 가문에 유일한 공주님인걸, 귀찮아도 피곤해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출퇴근할 때 무한 반복 뽀뽀를 마음껏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가락 내밀어봐~~”
그런데, 이게 뭔가??? 뭔 고깔 과자들 입구가 달라붙었단 말인가??
고깔 좀 위아래가 동그랗고 뾰족하게 만들어서 우리 딸내미 즐겁게 좀 해주지, 이렇게 달라붙어 버리면 딸내미나 나나 얼마나 힘들게 뒤지고 뒤져야 한단 말인가. 결국엔 쏟아버렸다. 기껏해야 두 개 찾으려고 봉지를 확 엎질러 버렸다. 도저히 두툼한 내 손을 과자 봉지에 넣어서 고깔과자 입구가 동그란 놈 두 개를 찾기엔 너무너무 벅찼다.
“자, 이제 됐지!!!”
속 시원하게 아이 손가락 두 개 위에 과자 두 개 꽂아주고 임무 완수 한 후련함으로 소파에 털퍼덕 누웠다. 눈을 감았다. 우이씨, 잠이 달아났다. 어후 이건 또 뭐냐고!!!
육지에 올라온 광어마냥 화딱지나서 몸 을 파닥파닥 거리다가 문득 왜 굳이 손가락 10개에 과자를 넣어 먹어야만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냥 집어먹으면 맛이 없나??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려 식탁 위에 쏟아놓은 고깔과자 서너 개를 팔을 쭉 뻗어 집어본다. 물론 과자 모양이 확실히 FM대로 위아래가 동그랗고 뾰족한 것들로만!!! 그리고 나도 두툼한 손가락에 살짝 얹어서 한 개를 먹어본다. 맛이 똑같다.
“에이 똑같네. 다른 게 없잖아!!”
그리고 두 개, 세 개를 먹어본다. 그때, 바로 그 순간, 전해져오는 가슴속에 무언가가 있다. 재미!! 즐거움!! 희열!! 마음속을 간지럽히며 치고 올라오는 소.확.행!!! 아하!!! 바로 이것이구나!!!
이제야, 드디어 이제야, 작은 딸내미의 행동이 이해된다. 그래, 그래, 단순한 우리 인생의 무미건조하고 반복적인 일들은 이런 덧붙여진 작은 행동들로 기쁨과 희열을 맛볼 수도 있는거구나.


별들을 잃어가고 있다.

장명수(청라2동)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청라가 온통 바다였을 때인 나의 학창 시절에 인천 서구 연희동에서 썰물 때 갯벌을 건너 조그마한 바위섬이었던 청라에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청라의 밤하늘에는 거대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존재를 생각하고 겸손하고 숙연해지기까지 했던 무수히 많은 별들이 참으로 아름답게 뿌려져 있었다.

조그마하고 초라했던 바위섬 청라가 지금은 고층아파트와 상가와 운하, 공원, 산책길 등으로 화려하게 국제도시로 변모하였다. 밤에는 가로등과 아파트창문에서 나오는 불빛, 상점들 간판의 현란한 네온사인으로 도시의 밤은 낮처럼 빛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인가 아쉽게도 우리는 별들을 잃어가고 있다. 더구나 요즈음은 낮이나 밤이나, 앉아 있거나 걷거나 스마트폰만을 들여다보니 밤하늘의 별들을 염두에 둘 수 있겠는가?

우리는 밤하늘의 별을 잃었기에 여름날 저녁이면 이른 저녁밥을 먹고 밤하늘의 별을 보며 평상에 앉아 식구들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낭만을 잃었고, 친구들과 밤하늘의 별들을 보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하며 세던 우정도 잃었다.

이제 밤하늘의 별들은 슬픔과 아픔과 같은 추억으로 내 가슴에 남아있네.
지금 나는 잃어버린 밤하늘의 별을 찾아 바람과 함께 길을 나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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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문, 수필 등 구민들의 실력을 맘껏 펼쳐주세요. 문학인을 꿈꾸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 그린서구 편집실 greenseogu@naver.com

Green 서구 2019년 8월호
Green 서구 2019년 8월호
  • 등록일 :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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