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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춘문예] 아들의 빈방 외 1작품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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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우리를 위로하고 때로는 무뎌진 감성을 깨워줍니다. 바쁜 일상에 마음의 양식을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 구민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작품을 공개합니다.


아들의 빈방

최흥선(신현동)

낮에 논산에서 아들을 보내고 올라와 집에 들어오니, 텅 비어있는 것이 비로소 아들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아들 방을 들어가 보니, 평소 깔끔한 성격이 아니어서 방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아 늘 잔소리도 많이 하고 속상한 적이 많았는데 어쩐 일인지 이번엔 입영 며칠 전에 구석구석 깔끔히 청소해놓은 모양이다. 깔끔해진 방이 보기 좋을 줄 알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가슴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방 청소를 하면서 아들은 어 떤 생 각을 했을까? 초조해지는 마음을 달랠 길이 없어 평소 안 하 던 청소를 하 면서 잠시 현 실을 잊어보려고 했던 것 일까? 아들의 손때가 묻은 다이어리엔 힘들었을 고3 수험 기간 빼곡히 적어 내려간 학습계획이며 반성, 짧은 일기 등이 적혀있었는데, 이렇게 보니 내색하지 않고 힘든 기간을 묵묵히 잘 버텨준 아들이 고마우면서 한편으론 부모로서 나는 다그치기만 했지 뭘 했는가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스탠드 의자에 앉아 있다가 안내 방송이 나오자 작별 인사를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성큼성큼 연병장을 향해 걸어가던 아들의 모습, 아들은 긴장한 모습을 감추려 했겠지만, 그 뒷모습이 내게는 이제 막 둥지를 떠나 어색한 날갯짓을 시작하는 여리디여린 아기 새로 보였다.

연병장에서 우리 쪽을 향하다 눈이 맞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았는지 애써 다른 쪽을 응시하며 어색하게 서 있던 아들의 모습. 애 엄마가 내게 "자기는 울지도 않네?" 하는 말에 "아버지는 가슴으로 우는 거야" 하고 농담조로 얘기했지만 나도 속에서 뭔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감정을 느꼈다.

군인 일러스트

사랑하는 아들!
엄마 아빠는 너의 존재만으로도 늘 행복하고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동안 칭찬도 많이 못해주고 늘 채찍질만 한 것 같아 미안하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열심히 훈련을 받으며 젊은 날의 한 페이지를 채워가고 있을 아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수료식 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오늘도 기도한다.


장미
부제 :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김영창(심곡동)

지금처럼 봄기운이 무르익던 작년 이맘때였다.
“당신 용돈도 부족할 텐데, 용돈이나 쓰지… 뭐 하러…”

항상 내 마음속에는 여느 아름다운 꽃보다 어여쁜 아내가 연애 시절 너무 좋아해서 죽고 못 살던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쳐다보는 둥 마는 둥 하며 볼멘소리로 대꾸했다.

“막내 등록금 달이라니까!”
큰맘 먹고 사 온 내 마음은 좁은 커튼 틈을 비집고 비치는 햇살처럼 작게 부서져 내렸다.
“그~거~ 싸~서 사~온……”
작게 얼버무리는 내 목소리 위에 아내의 낮은 한숨 소리가 내려앉았다.

“고 마,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숙이 손에 평생 물 한 방울 안 묻도록 왕비처럼 떠받들고 살겠습니다. 지켜보이소! 고 마!”
처가 식구들 앞에서 기세등등했던 나의 호언장담은 한국경제 전체에 커다란 불황을 안겨준 IMF와 함께 내 당좌수표처럼 환전이 불가능한 백지수표가 되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붉은 장미 넝쿨이 너른 정원에 활짝 피어나는, 아름답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려던 아내와 나의 꿈은 경영하던 사업체 부도와 더불어, 나날이 성장해가는 세 아이의 뒷바라지로 각박한 현실의 삶 속으로 가마득히 잊혀만 갔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여느 평범한 주례사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삼십여 년의 희로애락을 부족한 나를 믿어주며 같이 해준 아내가 있어 갖은 어려움을 견뎌내며,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이룰 수 있었다. 현실의 부족함을 감내하며 묵묵히 우리 가정의 안 자리를 굳게 지켜주어 오늘의 소확행이나마 누릴 수 있게 해준 아내가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오늘은 너무 오랫동안 꽃을 잊고 살아온 그녀에게 내 열렬한 사랑과 감사를 흠뻑 담은 붉은 장미 한 다발을 사다 드려야겠다. 그리고 각박한 삶 속에 잊힌 내 고백도 다시 해야겠다!

“당신을 열렬히 사랑합니다!”


서구 신춘문예 참여방법
시, 산문, 수필 등 구민들의 실력을 맘껏 펼쳐주세요. 문학인을 꿈꾸는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보내실 곳 : 그린서구 편집실 greenseogu@naver.com

Green 서구 2019년 7월호
Green 서구 2019년 7월호
  • 등록일 :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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